만성 통증과 척추 질환

만성 통증과 척추 질환

전체글글쓴이: cistern » (월) 07 05, 2021 7:26 am

척추 질환 중에는 만성 통증이 많다. 여기서 만성 통증은 앓은 시기만을 두고 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3개월 이상 지속되는 통증이면서, 뚜렷한 원인을 밝히기 힘든 경우를 말한다. 외래에서 가장 많이 만나는 환자들 중 하나다. 척추 질환 중에서 정확히 진단을 내릴 수 있는 경우는 20% 정도이다. 믿기지 않겠지만 그것이 사실이다. 나머지 80%는 그럼 원인을 모른다는 이야기인가? 그렇다. 뚜렷한 원인을 밝히기 힘들다.

왜 그런가? 왜 만성통증의 원인은 찾기가 힘든가? 그것은 통증이 인간의 가장 상위 기능인 의식과 연관되어있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의식현상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도구가 현재는 없다.

통증이 만들어지는 기전은 이렇다. 먼저 유해한 자극이 있어야한다. 예를 들면 칼로 피부를 베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말초의 통각 수용기에서 전기화학적 신호가 만들어진다. 그렇게 만들어진 신호는 말초신경을 통해 척수로 전달되고, 이것은 또다시 뇌로 들어가 우리의 의식체계에 뿌려지게 된다. 통증은 결국 의식에 띄워진 감각질 (pain qualia)이고 그것은 전기화학적 현상이다. 이 감각질은 유해한 자극이 꼭 있어야만 생성되는 것은 아니며, 유해한 자극이 있더라도 꼭 그것이 의식 속으로 띄워지는 것도 아니다. 복잡하게 들리겠지만 우리는 의식을 통해 실존하지 않는 유해 자극을 현상학적으로 감각질의 형태로 경험할 수 있다.

그렇다. 복잡한 현상이다.

하향 조절 시스템에 의해 통증 강도가 조절될 수도 있고, 의식 속을 진입이 차단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우울증은 하향 조절 시스템이 잘 작동하지 않는데, 말초에서 오는 여러가지 통각 신호들을 적절히 억제하지 못해 남들보다 통증에 더 민감해진다. 몽유병에서는 행동은 깨어있지만, 자극능력이 떨어져서 다쳐도 통증이 없다. 통증의 기전을 보여주는 단편적인 예들이다.

통증이 전달되고 가공되고 인지되는 모든 과정에서 통증 현상이 만들어질 수 있다. 칼로 피부를 베는 것과 같은 유해한 자극 만이 통증의 입력값이라고 쉽게 생각하겠지만, 통증은 이것보다 훨씬 복잡하게 만들어지므로 단지 척추에 어떤 구조적 이상만으로 척추통증을 설명하기 어려운 것이다. 척추 외과의사들은 척추 통증을 척추의 구조적 이상만으로 이해하려는 습성이 있으니 경계해야한다. 척추 통증을 단순히 구조적 이상 만으로 여기고 치료에 임한다면 치료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수많은 다른 건강상태도 만성 통증의 원인이 된다. 특히 우울증, 불안장애, 신체화장애 등이 통증을 유발할 수도 증강시킬 수도 있다.

따라서 척추와 관련된 만성통증을 가장 효과적으로 치료하기 위해서는 우선 진단이 모호할 수 있음을 인정하고, 여러 과가 통합적으로 접근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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